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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압 수치를 확인할 때마다 숫자 하나에 심장이 쿵 내려앉던 경험, 혹시 해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녹내장 진단까지는 받지 않았지만,
고안압 판정 이후 한동안 안압 하강제를 사용하면서 매번 검진 때마다
1, 2 차이로도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그 시간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녹내장 치료의 진짜 목적은 시력을 되살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남아있는 시야를 지키는 것이라는 사실을.
안압 하강, 왜 그렇게 중요한 걸까요?
녹내장 치료에서 현재까지 유일하게 효과가 입증된 방법은 안압 하강입니다.
안압(眼壓)이란 안구 내부를 채우고 있는 방수라는 액체의 압력을 의미하는데,
이 압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면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됩니다.
문제는 안압이 올라가도 초기에는 특별한 자각 증상이 없다는 점입니다.
저도 그 부분이 제일 무서웠습니다.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은데 눈 안에서는 조용히 뭔가 진행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요.
안압 하강을 위한 첫 번째 선택지는 보통 안약, 즉 안압 하강제입니다.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어 초기 치료에 가장 먼저 시도되는 방법입니다.
제가 직접 사용해봤는데, 안약이라고 해서 가볍게 봤다가 점안 방법이나 보관 방법,
렌즈 착용 여부 등 신경 쓸 부분이 꽤 많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특히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는 분들은 렌즈가 안약 성분을 흡수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렌즈를 제거한 상태에서 점안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약물만으로 충분한 안압 하강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는 레이저 치료가 다음 단계로 고려됩니다.
개방각 녹내장의 경우에는 섬유주 성형술이 사용됩니다.
섬유주(trabecular meshwork)란 안구 안의 방수가 빠져나가는 일종의 배수구 역할을 하는 조직으로,
이 부위가 막히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안압이 상승합니다.
섬유주 성형술은 레이저로 이 배수구를 청소해주는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됩니다.
반면 폐쇄각 녹내장에서는 레이저 홍채 절개술을 통해 방수가 우회할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만들어줍니다.
대한안과학회에 따르면 녹내장은 국내 실명 원인 질환 중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으며,
40세 이상 성인의 정기적인 안압 및 시신경 검사가 권고됩니다(출처: 대한안과학회).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많다고 느꼈습니다.
녹내장이 고령층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녹내장 수술, 하면 눈이 좋아지나요?
이 질문, 저도 처음엔 당연히 "수술하면 좋아지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다릅니다.
녹내장 수술의 목표는 시력 회복이 아니라
안압을 더 낮춰서 남아 있는 시야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이 부분을 모르고 수술을 받으면, 수술 후에도 시력이 좋아지지 않는다고 실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녹내장 수술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뉩니다.
- 섬유주 절제술: 공막(안구의 흰 부분) 아래에 직접 통로를 만들어 방수가 고일 수 있는 여과포를 형성하는 수술입니다. 세 가지 중 안압 하강 효과가 가장 크지만, 여과포 유지를 위한 추가 처치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 방수가 빠져나올 수 있는 작은 관 형태의 임플란트를 눈 안에 삽입하는 수술입니다. 눈꺼풀 아래에 위치해 외관상 보이지 않으며, 수술 후 처치 부담은 절제술보다 적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임플란트 관련 합병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MIGS): 매우 작은 미세 스텐트를 이용해 방수 유출 경로를 만드는 수술입니다. 수술 후 회복이 빠르고 안전성이 높은 편이나, 안압 하강 효과는 앞의 두 수술보다 다소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수술 종류를 일반인이 처음 들으면 한 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섬유주가 뭔지, 여과포가 어디에 생기는 건지,
임플란트가 눈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건지 그림 없이는 감이 잘 오지 않았습니다.
의료진이 설명할 때 시각 자료나 모형을 함께 활용해준다면 환자 입장에서 훨씬 이해가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술 후 가장 주의해야 할 합병증은 감염입니다.
수술받은 눈이 심하게 충혈되거나 통증이 생기면 즉시 안과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한 안압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저안압 망막병증이 생기거나,
말기 녹내장 환자에서는 수술 자체로 인해 잔여 시야가 손상되는 아주 드문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수술을 무작정 미루는 것이 능사는 아닙니다.
수술이 필요한 상황에서 미루다가 녹내장이 더 진행되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점은 녹내장 수술이 녹내장이라는 병 자체를 없애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국 국립안과연구소(NEI)에서도 녹내장을 완치 불가능한 질환으로 분류하며,
치료의 목표를 시신경 손상 진행의 억제로 규정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 국립안과연구소(NEI)).
수술 후에도 정기 검진은 반드시 계속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기존 수술이 잘 작동하고 있더라도 추가 수술이 필요해질 수 있습니다.
녹내장은 완치가 아닌, 평생 함께 관리해야 하는 질환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녹내장 수술을 받으면 시력이 좋아지나요?
A. 아쉽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녹내장 수술의 목표는 시력 회복이 아니라 안압을 낮춰 남아 있는 시야가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오히려 수술 직후에는 안압 하강으로 인해 일시적인 시력 저하를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서 호전됩니다.
Q. 녹내장 안약을 콘택트렌즈 낀 채로 써도 되나요?
A. 점안 자체는 가능하지만, 콘택트렌즈가 안약 성분을 흡수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능하다면 렌즈를 빼고 점안한 뒤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착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안경 착용자는 안약 사용과 무관하게 그대로 사용하면 됩니다.
Q. 녹내장은 완치가 되나요?
A. 현재까지 녹내장을 완전히 없애는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이 어렵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완치보다는 진행을 최대한 늦추는 것이 현실적인 치료 목표입니다.
Q. 안압이 높으면 무조건 녹내장인가요?
A.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안압이 정상 범위여도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 녹내장도 있고,
안압이 다소 높더라도 시신경에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안압 수치 하나만으로 녹내장을 판단할 수 없으며, 시신경 검사와 시야 검사를 함께 받아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합니다.
Q. 녹내장 수술 후 일상생활에서 특별히 주의할 점이 있나요?
A. 수술받은 눈은 감염에 취약하기 때문에 눈을 비비거나 더러운 손으로 만지는 행위는 피해야 합니다.
또한 충혈이 심해지거나 통증이 생기면 즉시 안과를 방문해야 합니다.
수술 이후에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은 반드시 유지해야 합니다.
결론
고안압으로 안압 하강제를 쓰던 시절, 저는 검진 날마다 숫자에 일희일비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그 예민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녹내장이 어떤 병인지, 치료가 무엇을 목표로 하는지 제대로 알게 됐으니까요.
녹내장은 관리하는 병입니다.
섬유주 절제술이든, 녹내장 임플란트 삽입술이든, 미세 침습 녹내장 수술이든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수술이 끝이 아닙니다.
정기 검진을 통해 시신경 상태와 안압을 꾸준히 확인하고,
자신의 상태에 맞는 치료를 의료진과 함께 조율해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입니다.
지금 안압 수치가 걱정되신다면, 오늘 안과 예약부터 잡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