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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릴 때부터 고안압 진단을 받아서 안과를 꾸준히 드나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녹내장, 백내장 같은 안질환에도 관심이 생겼는데요.
주변을 보면 시력이 떨어졌을 때 안과 대신 안경원부터 찾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게 백내장이라는 걸 뒤늦게 알고 수술로 이어지는 경우를 제 주변에서도 여러 번 봤습니다.
수정체 혼탁, 백내장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시력이 나빠지면 그냥 노화 탓이라고 넘기는 분들이 많은데,
제 경험상 이게 가장 위험한 습관입니다.
백내장은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눈 안쪽에 있는 수정체(크리스탈린 렌즈)가 혼탁해지면서 생기는 질환입니다.
여기서 수정체란 카메라의 렌즈처럼 빛을 굴절시켜 망막에 상을 맺히게 하는 투명한 조직을 말합니다.
이 수정체가 뿌옇게 변하면 빛이 제대로 통과하지 못하고, 근거리와 원거리 모두 시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됩니다.
증상이 제법 다양해서 처음엔 헷갈리기 쉽습니다.
안경을 바꿔도 시력이 잘 안 맞는다거나, 밝은 낮에 오히려 더 안 보이는 경험을 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특히 수정체 중앙부가 혼탁해지는 핵백내장의 경우,
오히려 돋보기 없이도 가까운 글씨가 잘 보이는 시기가 일시적으로 생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잘 보이는 게 오히려 병의 신호일 수 있다는 게 꽤 역설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드물게는 사물이 겹쳐 보이거나 두 개로 나뉘어 보이는 복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백내장을 방치하면 눈 안쪽에 다른 질환이 생겨도 수정체에 가려 검사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팽창된 백내장은 안압을 높여 녹내장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 진단이 그만큼 중요합니다(출처: 서울대학교병원).
발병 원인, 노화만이 전부가 아니다
백내장은 노인성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저도 처음엔 그렇게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원인이 훨씬 넓습니다.
노화로 인한 산화 스트레스,
즉 활성산소가 수정체 단백질을 변성시키는 과정이 가장 흔한 원인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백내장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외선(UV) 장기 노출: 각막을 통과한 자외선이 수정체 단백질을 직접 손상시킵니다.
- 대사성 질환: 당뇨, 고혈압, 비만, 심장병 등이 수정체 환경에 영향을 줍니다.
- 스테로이드 계열 약물 장기 복용: 신장이식 환자나 정신과 약물 복용자에서도 발생 사례가 보고됩니다.
- 아토피피부염: 눈에 반복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백내장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아토피 환자의 약 10%에서 백내장이 발생한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 선천성 원인: 풍진, 매독 같은 감염이 태아에게 전달돼 선천 백내장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고안압 때문에 안과를 다니면서 가장 놀랐던 건,
젊은 나이에도 스테로이드 연고를 오래 쓰거나 아토피가 심한 경우
백내장이 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나이 든 어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그때 처음 실감했습니다.
실제로 선천 백내장은 개발도상국 기준 인구 1만 명당 약 14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대한안과학회).
수술 시기, 빠를수록 좋다는 건 착각이다
일반적으로 병은 빨리 치료할수록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백내장 수술은 그 공식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부분이 가장 잘못 알려진 정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백내장의 표준 치료는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수술입니다.
수술 방법은 초음파유화술(Phacoemulsification)이 기본인데,
여기서 초음파유화술이란 작은 절개창을 통해 초음파 기기를 삽입한 뒤
수정체를 잘게 부수고 흡입하여 제거하는 방식을 말합니다.
최근에는 펨토초 레이저를 활용한 수술도 일부 환자에게 시행되는데,
펨토초 레이저란 1000조 분의 1초 단위로 짧게 발사되는 레이저로 수정체를 정밀하게 조각 내어 초음파 사용량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문제는 초기 백내장을 너무 일찍 수술하면 득보다 실이 생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단초점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면 원거리는 확보되지만 근거리는 안 보여서 돋보기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초점 인공수정체도 개발되어 있지만, 완벽하지 않아 빛번짐 같은 불편함이 동반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술 시기를 너무 놓쳐 수정체가 딱딱하게 굳으면,
절개창을 크게 넓혀 수정체를 통째로 들어내야 하고, 이 경우 출혈이나 난시 같은 합병증 위험이 크게 높아집니다.
현재까지 백내장을 약물로 완치하거나 진행을 멈추는 상용화된 치료제는 없습니다.
결국 수술 타이밍이 치료 결과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입니다.
합병증 징후가 없는 초기라면 전문의와 상담해 수술 시점을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시력이 떨어지고 있다면 단순 노화라고 치부하기 전에 한 번쯤 안과 정밀검사를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공단 건강검진에서 시력 측정 항목이 있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백내장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습니다.
제 생각엔 정기 건강검진에 안과 세극등 검사까지 포함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안경원에서 도수만 맞추는 것으로 끝내기엔 놓치는 것들이 너무 많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으시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에게 진료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