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가방을 챙길 때 지갑, 핸드폰, 열쇠…
그리고 인공눈물. 이 순서가 당연했던 시절이 저한테도 있었습니다.
안압하강제를 쓰던 시기에 안구건조증이 함께 찾아왔고,
인공눈물 없이 외출했다가 눈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으로 두통까지 번진 날도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안구건조증이 단순히 눈물이 부족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눈물층 구조를 모르면 치료도 엇나간다
눈이 뻑뻑하다고 하면 주변에서 으레 "인공눈물 넣으면 되지"라고 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 중 하나였고, 실제로 처음엔 인공눈물만 꾸준히 넣으면 나아질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인공눈물을 아무리 넣어도 한 시간도 채 안 돼서 다시 뻑뻑해지는 거예요.
그 이유가 눈물층(tear film)의 구조에 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됐습니다.
눈물층이란 눈동자 표면을 감싸는 얇은 보호막으로,
단순한 물이 아니라 세 가지 층으로 이루어진 정교한 구조입니다.
검은 동자에 가장 가까운 쪽부터 점액층, 수분층, 그리고 가장 바깥의 지방층 순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세 층 중 어느 하나만 무너져도 눈물 전체의 안정성이 깨진다는 점입니다.
수분층만 보충하는 일반 인공눈물이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히 가장 바깥을 감싸는 지방층이 얇아지거나 불안정해지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해버려서 아무리 눈물을 넣어도 금방 다시 건조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래서 안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을 때는 어느 층에 문제가 생겼는지를 구분해서 보게 됩니다.
쉐이머 검사(Schirmer test)라는 방법이 있는데,
여기서 쉐이머 검사란 가느다란 종이 띠를 눈꺼풀 안쪽에 걸어놓고
일정 시간 동안 눈물이 얼마나 적셔지는지 측정하는 검사입니다.
수분 분비량 자체가 부족한지 확인하는 기초적인 방법이죠.
또 눈물 띠 높이(tear meniscus height)를 측정하기도 하는데,
이는 눈 아래쪽에 고여 있는 눈물의 양을 수치로 확인하는 방식으로, 일정 수준 이하면 수분이 부족하다고 판단합니다.
제가 직접 검사를 받아봤을 때, 수치상으로 수분 분비 자체는 그렇게 심각하게 부족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그런데도 건조증이 심했던 건 지방층 쪽에 원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때 처음으로 눈물층 구조가 치료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걸 몸으로 실감했습니다.
- 점액층: 눈물이 눈 표면에 잘 달라붙도록 돕는 층
- 수분층: 눈물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눈을 촉촉하게 유지
- 지방층: 가장 바깥에서 수분의 증발을 막아주는 얇은 기름막
마이봄샘 염증, 건조증의 의외의 주범
안구건조증 하면 눈물이 적은 사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많은데,
저는 이 부분에서 생각이 좀 다릅니다.
실제로 건조증 환자 중 상당수는 눈물 분비 자체보다
지방층을 만들어내는 마이봄샘(Meibomian gland)의 기능 이상이 원인인 경우가 많습니다.
마이봄샘이란 위아래 눈꺼풀 속에 있는 기름샘으로, 눈물이 빠르게 증발하지 않도록 지방을 분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마이봄샘에 염증이 생기거나 막히면 기름 분비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렇게 되면 눈물층의 가장 바깥 지방막이 얇아지고 불안정해져서 수분이 순식간에 날아가버립니다.
인공눈물을 넣어도 금방 다시 건조해지는 분들이라면
이 마이봄샘 기능장애(MGD, Meibomian Gland Dysfunction)를 의심해볼 만합니다.
MGD란 마이봄샘이 막히거나 염증으로 인해 지방 분비 기능이 떨어진 상태를 의미하며,
안구건조증의 가장 흔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출처: 미국안과학회(AAO)).
특히 눈꺼풀 테두리에 오래된 기름때나 분비물이 쌓이면 염증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안검염(blepharitis)이 동반되는 경우도 많은데,
안검염이란 눈꺼풀에 생기는 만성 염증으로 마이봄샘 주변의 세균 번식과 피지 산패가 원인이 되는 질환입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평소에 눈 세정에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이 부분이 서서히 악화되는데,
어느 순간 눈이 타는 듯이 뻑뻑해지고 충혈이 자주 생기는 식으로 증상이 드러납니다.
치료 방법도 수분 부족 건조증과는 다릅니다.
마이봄샘 기능을 회복하려면 우선 따뜻한 온열 찜질로 굳은 기름을 부드럽게 만든 뒤
압출해주는 스피징(squeezing) 방법을 씁니다.
염증이 심한 경우에는 IPL(Intense Pulsed Light) 치료를 고려하기도 합니다.
IPL이란 강한 빛 에너지를 이용해 마이봄샘 주변의 염증을 억제하고
분비 기능을 개선하는 광선 치료로, 보통 한 달 간격으로 3회 정도 시행합니다(출처: 미국 국립안연구소(NEI)).
또 수분 부족이 주된 원인인 경우에는 누점 폐쇄(punctal occlusion)라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누점 폐쇄란 눈물이 코 쪽으로 빠져나가는 통로인 누점을 작은 플러그로 막아
눈에 눈물이 더 오래 고여 있도록 유도하는 시술입니다.
쉽게 말해 하수구를 막아 물이 고이게 하는 원리와 같습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 흡수되는 플러그를 쓰기도 하고,
류마티스나 쇼그렌 증후군처럼 눈물샘 자체가 손상된 경우에는 영구적인 실리콘 플러그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e) 제제처럼 눈물샘을 직접 활성화시키는 전문 처방 안약도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안구건조증인데 인공눈물을 넣어도 금방 다시 건조해져요. 왜 그런 건가요?
A. 인공눈물이 일시적으로는 수분을 보충해줘도 지방층이 제 역할을 못 하면 수분이 빠르게 증발합니다.
마이봄샘 기능 이상(MGD)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으므로,
단순 수분 부족이 아닌지 안과에서 눈물층 전체를 점검받아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Q. 안구건조증에 IPL 치료가 정말 효과 있나요?
A. IPL 치료가 모든 안구건조증에 맞는 건 아닙니다. 마이봄샘의 염증이 주된 원인인 경우에 효과적이며,
보통 3회 이상 반복 시술이 필요합니다. 안검염이 동반된 경우라면 효과가 더 두드러질 수 있다는 의견이 있지만,
개인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먼저 정밀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순서입니다.
Q. 누점 폐쇄 시술을 하면 눈물이 철철 흐르지 않나요?
A. 아래쪽 누점만 막는 경우가 많고 위쪽 누점은 남겨두기 때문에 실제로 눈물이 넘쳐흐르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증상 완화 정도와 부작용 가능성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서,
흡수되는 임시 플러그로 먼저 효과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기도 합니다.
Q. 안구건조증이 있는데 콘택트렌즈를 계속 써도 되나요?
A. 콘택트렌즈는 눈물층을 교란시키기 때문에 건조증이 있는 경우 착용이 더 힘들어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무조건 착용을 금지하는 건 아니지만,
건조증 원인에 맞는 치료를 병행하면서 착용 시간을 줄이거나 렌즈 종류를 바꾸는 방향을 담당 안과 의사와 상의해보시길 권합니다.
결론
안구건조증을 그냥 인공눈물로 버티면 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생각이 결국 증상을 키운다고 봅니다. 물론 경미한 경우라면 인공눈물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넣어도 나아지지 않거나, 충혈이 반복되거나,
두통까지 이어질 정도라면 눈물층 어디에 문제가 있는지를 제대로 확인해봐야 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후회하는 건 병원을 미뤘던 시간입니다.
안약 하나 추가로 받았더라면 그 찢어지는 통증들이 훨씬 빨리 끝났을 텐데 싶습니다.
지금 안구건조증으로 불편하다면, 인공눈물을 더 사기 전에 안과에서 눈물층 검사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어떤 층이 문제인지만 알아도 치료 방향이 완전히 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