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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빨개졌을 때 "어, 결막염인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긴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저도 자가면역질환을 공부하다가 포도막염이라는 이름을 처음 마주했을 때,
솔직히 이름만 보고 곰팡이나 세균 감염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인의 80% 이상이 감염이 아닌 면역 이상이라는 사실에 꽤 놀랐습니다.
포도막염이 자가면역질환과 연결되는 이유
포도막염이란 눈 안쪽의 포도막, 즉 홍채(iris), 섬모체(ciliary body), 맥락막(choroid)으로
구성된 구조물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을 말합니다.
여기서 포도막이란 포도 껍질처럼 안구를 감싸고 있는 혈관과 색소가 풍부한 층으로,
이 혈관 밀도 때문에 면역세포가 쉽게 몰려들어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집니다.
제가 처음 이 질환을 알게 된 건 자가면역질환 공부를 하면서였는데,
눈에도 자가면역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그때 처음 와닿았습니다.
일반적으로 자가면역이라 하면 관절이나 피부, 신장 같은 기관을 떠올리게 되는데,
눈의 포도막도 면역계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생각이 많아졌습니다.
원인을 유전적, 환경적, 신체적 요인으로 나눠보면 더 구체적입니다.
HLA-B27이라는 유전자 변이를 가진 분들은 강직성 척추염(ankylosing spondylitis) 발병 위험이 높은데,
여기서 강직성 척추염이란 척추 관절에 만성 염증이 생겨 척추가 굳어가는 자가면역 질환입니다.
이 유전자를 가진 경우 포도막염도 함께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또한 베체트병(Behçet's disease)처럼 전신 혈관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 질환도 포도막염과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베체트병이란 구강 궤양, 피부 병변, 안구 염증이 반복되는 만성 전신 혈관염으로, 실명까지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질환입니다.
포도막염의 주요 원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가면역 질환 (강직성 척추염, 베체트병, 소아 특발성 관절염 등)
- 세균·바이러스·진균·기생충 등 감염성 원인
- 약물 부작용 또는 외상
- 문신 잉크 성분처럼 외부 물질 유입에 의한 반응
- 면역 억제제 사용 후 면역 불균형
증상과 검사, 어디서 놓치는가
포도막염은 염증이 발생하는 위치에 따라 증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이 까다롭습니다.
앞쪽 포도막, 특히 홍채 부위에 염증이 생기는 전방 포도막염(anterior uveitis)은
눈부심, 충혈, 빛에 대한 통증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납니다.
여기서 전방 포도막염이란 홍채와 섬모체 앞쪽에 국한된 염증으로,
증상이 분명해 비교적 조기에 발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중간 혹은 후방 포도막염(posterior uveitis)입니다.
뒤쪽에 생기는 경우 초기엔 거의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되면서
비문증(floaters, 눈앞에 뭔가 떠다니는 증상)이나 급격한 시력 저하로 나타납니다.
제 경험상 이런 케이스가 더 무섭다고 느껴졌습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는 이미 상당히 진행된 이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은 세극등 현미경(slit-lamp) 검사를 기본으로 하고,
망막 깊숙한 부위가 의심될 경우 안저촬영이나 망막 OCT(빛간섭단층촬영) 검사를 시행합니다.
여기서 망막 OCT란 빛을 이용해 망막의 단층 구조를 미세하게 촬영하는 검사로,
육안으로는 보기 어려운 망막 내부의 부종이나 염증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검사를 거쳐도 원인을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은 솔직히 조금 막막하게 느껴졌습니다.
충혈 하나만 보고 단순 결막염으로 판단하고 넘어가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결막염과 포도막염은 초기 충혈 양상이 겉으로 비슷해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안과 전문의의 세극등 검사 없이는 구별이 어렵습니다.
치료와 재발 관리, 스테로이드 의존의 현실
치료 방향은 원인에 따라 달라집니다.
감염성 포도막염이라면 원인균에 맞는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항진균제를 씁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대부분은 비감염성, 즉 자가면역 기전이 관여하기 때문에 면역 조절 치료가 중심이 됩니다.
대표적인 치료는 스테로이드 약물입니다.
앞쪽 포도막염이면 스테로이드 안약으로도 조절이 되지만,
중간이나 후방 포도막염에는 경구 스테로이드나 안구 내 스테로이드 주사까지 사용하게 됩니다.
주변에서 자가면역질환으로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하신 분들을 보면,
체중 변화나 골밀도 저하, 안압 상승 같은 불편감을 꽤 많이 호소하시더라고요.
이 부분은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지만, 가까이서 지켜보면서 치료의 어려움을 실감했습니다.
최근에는 면역억제제나 생물학적 제제(biologic agent) 같은 신약들이 개발되면서
치료 예후가 과거보다 상당히 좋아졌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여기서 생물학적 제제란 특정 면역 신호 물질을 표적으로 차단하는 약물로,
기존 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보다 부작용이 적고 정밀하게 면역 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입니다(출처: 대한안과학회).
재발도 빈번한 편입니다.
심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과로처럼 면역력이 떨어지는 환경이 재발의 주요 방아쇠가 됩니다.
포도막염 자체가 혈관성 질환이기도 해서 흡연은 상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고,
자주 재발하는 분들은 금연이 사실상 필수라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소아 특발성 관절염(juvenile idiopathic arthritis)이
있는 어린이는 무증상으로 포도막염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특히 중요합니다(출처: 국가건강정보포털).
포도막염은 조기에 발견하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황반부종, 녹내장, 백내장, 심한 경우 실명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을 진단받은 분이라면, 눈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반드시 병행하시길 권합니다.
충혈이나 비문증처럼 "별것 아닌 것 같은" 신호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 것, 그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겁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부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 조언이 아닙니다.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를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길 바랍니다.